'돈의 위치를 바꾸는 거야. 추악한 노인에게서 절박한 손자에게로.'
선과 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연기로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종이달'은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유이화(김서형)가 은행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
김서형은 극 중 우연한 계기로 은행에 취직하게 된 뒤 VIP 고객들을 담당하며 삶이 180도로 바뀌게 되는 주부 유이화 역을 맡아 한없이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집 안에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 메말라가는 인물을 그린다.
첫 등장부터 유이화는 잔뜩 날이 선 눈빛과 한껏 예민해진 분위기를 풍겨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미스터리한 모습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는 남편 기현(공정환)과 조금씩 뒤틀어져 가는 부부 관계, 아무 의미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집 안의 빌트인 가구가 아닌 이화로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저축은행에 취직하게 되는 장면이 위태롭게 그려져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REVIEW>>
1화를 보고 나면 주인공 유이화는 굉장히 선한 사람처럼 그려집니다
그녀는 중학교 때 절친인 강선영(서영희)이 친구 A의 지갑에서 돈 2만 원을 꺼내는 걸 보고는
대신 A의 지갑에 자기 돈 2만원을 채워 넣는 그런 아이입니다
또한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의마트 물건값을 계산해주기도 하고,
은행에 온 냄새나는 할아버지에게도 친절한 미소로 대합니다.
이화는 지금은 현금만 쓰지만 과거에는 신용카드를 쓴 적도 있었습니다. 과거 신용카드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카드 결제가 병원이 찍히는걸 보고 신고도 하지 않아요.
1년 후 좀 그녀는 카드를 해지합니다. 카드 결제되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혹시나 카드 결제 내역에 장례식장이
찍힐까 봐 두려웠던 거죠.
그 정도로 그녀는 돈은 어려운 사람이 쓰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돕고 싶어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본래 성격이 그런 걸 수도 있고, 혹은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존재감 없이, 남편에게 무시당하며 사는 지금의 생활에서 남을 돕는 일이야말로 자존감을 올려주니까요.
그러니 박병식의 돈을 손자인 민재에게 주는 것은 그녀에게 더 가치 있는 일인 것이죠.
그것이 비록 불법일지라도요
한편 그런 이화라도 선한 모습만 있는 건 아닙니다.
백화점에 화장품을 사러 갔던 이화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던 가게 직원이 다른 손님을 더 우대하자 돈이 부족함에도
화장품 30만원어치를 모두 사겠다며 다시 점원의 시선을 제게 돌립니다
부족한 돈은 가지고 있던 고객의 돈에서 충당하고 이후 다시 채워놓습니다.
유이화 그녀는 정말 그저 착한사람인가?
이런 모습을 보면 유이화는 남을 돕는 착한 사람이지만 허영심도 가진 인물입니다.
캐릭터 자체가 단편적이지 않고 복잡하게 그려져요.
그래서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연출도 감각적이고, 김서형 배우의 연기도 섬세합니다.
10부작이라 그런지 진행이 빠르고 몰입도가 높은 편입니다. 군더더기가 없어요.
2화에서는 이화가 통장 돈을 민재에게 건넬 것 같은데 다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